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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와인 영화인 ‘사이드웨이(Sideways)’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는 힙한 음식과 와인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관광지로,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2019년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52곳’ 중 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더불어 산타 바바라의 와인도 최근 새로이 조명을 받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가장 다이나믹한 와인 생산지로 평가 받고 있다.

 

산타 바바라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선선한 기후를 지닌 와인생산지 역으로 고급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한다. 캠브리아는 미국 최대 가족 경영 프리미엄 와인 생산 회사인 잭슨 패밀 리 이스테이트(Jackson Family Estates)의 현 회장이자, 와인앤수지아 스트(Wine Enthusiast)에서 2013년 ‘올해의 와인 인물(Wine Person of the Year)’로 선정된 최초의 여성인 바바라 뱅키 (잭슨 패밀리 이스테 이트의 설립자 제스 잭슨의 부인)가 1986년 설립한 산타 바바라 카운티의 산타 마리아 밸리 AVA에 위치한 패밀리 포도원이자 와이너리로, 현재는 딸들인 캐서린 잭슨과 줄리아 잭슨 자매가 운영하고 있으며, 그녀들의 이름을 딴 싱글 빈야드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캠브리아의 포도원 중심부에는 1971년에 식재한 48년 수령의 클론 4 샤르도네와 뽀마르 클론 4 피노 누아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는 산타 마리아 밸리를 세계적인 와인 생산적으로 알리는데 기반이 되었다. 1980년 대 초반까지는 이 포도원에서 생산한 포도를 켄달 잭슨이 매입하여 빈트 너스 리저브 샤르도네의 양조에 사용하였으며, 큰 딸인 케서린이 태어나 던 해인1986년 잭슨 패밀리가 이 곳의 포도원을 매입하여 캠브리아 와이 너리를 설립, 샤르도네 포도원 블록에 케서린의 이름을 땄다. 1988년 둘 째 딸인 줄리아가 태어나면서 피노 누아 포도원 블록에는 줄리아의 이름을 붙였고, 와이너리 생산설비도 완공하게 된다.

 

캠브리아가 위치한 산타 마리아 밸리AVA는 서반구에서 몇 안되는 동 서 횡단 산맥 중 하나에 위치해 있어, 태평양으로부터 바람과 안개가 직접 적으로 유입되어 세계에서 가장 긴 생육기간을 갖는 포도 재배 지역이다. 캠브리아의 포도원은 태평양으로부터 27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 으며, 산타 마리아 강의 지류인 시스크 강(Sisquor River)로 인해 경계 를 이루며, 강 바닥으로부터 122m 높이로 형성된 절벽 언덕부터 시작하 여 최고 274m 높이의 산 중턱까지 펼쳐져 있다. 포도원의 규모는 확장을 거듭해 현재 647헥타르에 달하며 이 중 20~30%의 선별된 구획에서 재 배한 포도로만 캠브리아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원은 14가지의 다른 토양타입으로 구분하여 분리 경작하며, 네 종류의 샤르도네 클론과 일곱 종 류의 피노 누아 클론을 재배하고 있으며, 2.8헥타르의 작은 포도원 구획 에서 시라와 비오니에도 재배한다. 캠브리아는 산타 마리아 밸리를 세계적인 와인 생산 지역의 반열에 올 린 아이콘 생산자로 평가 받고 있으며, 케서린 빈야드 샤르도네 2017은 와인스펙테이터 2019 TOP 100에 선정되었다.

 

 

Cambria Katherine’s Vineryard Chardonnay

캠브리아 케서린 빈야드 샤르도네

빈티지 : 2018

품종 : Chardonnay (90% old vine Clone 4 + Wente 76, 96 Clone)

알코올 : 14.1%

양조 특징 : 송이 채 압착하여 과일 향을 극대화 하며, 25%는 스테인레 스 스틸 양조통에서 발효하며, 75% 원액은 배럴 발효 후 젖 산 발효를 진행한다. 20%는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8개월 간 리(효모앙금)와 함께 숙성한다.

테이스팅 노트 : 맑은 연한 노란색, 분홍 자몽, 흰 복숭아, 젖은 돌과 은 은한 향신료 향이 겹겹이 나타나며, 파인애플, 사과 맛, 젖은 돌과 오크 숙성을 통한 바닐라 맛, 적절한 산도 가 균형 있고 매끄러운 질감과 볼륨감이 좋으며 긴 여 운을 남긴다.

평가 : Wine Spectator 92p (2018 vintage), Wine Spectator 2019 Top 100 (2017 vintage)

 

Cambria Julia’s Vineryard Pinot Noir

캠브리아 줄리아 빈야드 피노 누아

빈티지 : 2017

품종 : Pinot Noir (33% Clone 4, 20% Clone 2A, 25% Clone 23, 12% Clone 115, 10% Clone 667)

알코올 : 14.2%

양조 특징 : 개방형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를 진행, 100% 프렌 치 오크 배럴 (25% 새 오크 배럴)에서 15개월 간 숙성한다.

테이스팅 노트 : 루비 레드 색상. 크랜베리, 블랙 라즈베리, 체리 등의 붉 은 과일 향, 체리, 블랙 베리, 블루베리, 석류의 과일맛 과 토양의 향과 구운 향신료 향이 조화를 이룬다. 부드러운 타닌과 적절한 산도감이 조화롭고 여운이 길다.

평가 : Wine Enthusiast 94p (2017 vintage), Wine&Spirits 93p (2016 vi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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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나,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 작은 레스토랑에서 레드 와인을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상온에서 보관하던 와인인지 온도가 너무 높게 느껴졌다. 온도를 좀 낮추고 싶어 아이스 버킷을 요청했더니 직원이 근엄한 표정으로 ‘손님, 레드 와인은 원래 상온에서 마시는 겁니다.’라고 알려주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직원과 언쟁까지 벌이고 싶지는 않아서 ‘날 이 더워서 좀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는 말로 결국 아이스 버킷을 얻어 내긴 했지만, 아이스 버킷에 얼음을 채워 온 직원의 썩소를 머금은 애매한 표정은 결국 그날의 와인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그 직원 말대로 레드와인은 꼭 상온, 그러니까 현재의 기온과 같은 온도로 마셔야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사막한가운데에선 체온보다 높은 미지근한 온도의 레드 와인을 마셔야 한다.

한겨울 알래스카의 이글루에서 와인을 즐기려면 아이스 버킷에 담가 놓은 화이트 와인보다 더 차가운 레드와인을 마셔야 정상이 된다.

그렇다면 레드 와인은 ‘상온’에서 마셔야 한다는 상식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닐까?

 

사실 이런 것은 상온의 정의를 착각해서 생기는 오해다. 포털사이트에서 상온(常溫, ordinary temperature)을 검색해 보면 20±5°C정도의 온도를 뜻한다. 상온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는 실온(室溫, room temperature) 또한 인간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온도로, 상온과 유사한 범위의 온도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레드 와인은 상온에서 마시라’는 말은 ‘20°C 정도에서 마시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지금 현재 당신이 있는 곳의 온도와 동일한 온도에서 마시라는 얘기가 아니다. 와인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긴 하지만, 레드 와인의 적정 음용온도는 대략 15°C에서 20°C 정도라는데에는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레드와인이 너무 차가우면 타닌의 떫은 느낌과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며, 향과 맛 또한 화사하게 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시큼한 맛이 강해지는데다 흐물흐물하게 퍼진 느낌이 들어 제맛을 느끼기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타닌과 산미의 정도, 바디 등 스타일에 따라서 적정 음용 온도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피노 누아(Pinot Noir)나 바르베라(Barbera) 등 산미는 높고 타닌이 적으며 미디엄 바디 정도의 가볍고 생기 있는 레드 와인은 15-16°C의 비교적 낮은 온도가 적당하다.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말벡 (Malbec)등 미디엄 풀 바디 이상의 타닌이 많고 강건하며 묵직한 레드 와인은 보통 17-19°C 정도로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더운 여름날 셀러나 냉장고가 아닌 상온에서 보관한 와인의 온도는 어떨까? 당연히 현재 실내 온도와 유사한 온도일 테지만, 그래도 검증을 위해 실제로 와인랙에서 보관하던 와인을 한 병 열어보았다. 실내 온도는 막 30°C를 넘어선 상황이었고, 와인을 오픈하기 직전에 희망 온도를 25°C로 맞추어 에어컨을 켰다.

마트에서 산 요리용 온도계로 잰 와인의 온도는 자그마치 29.1°C. 햇빛이 들지않는 그늘진 곳에 보관된 와인이었지만 실내온도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대로 마신다면 와인의 제맛을 느끼지 못한 채 애꿎은 생산자와 판매자만 욕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대로 즐기려면 권장 음용온도인 17-19°C 까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가장 빨리 온도를 낮추는 방법은 얼음과 물을 넣은 아이스 버킷이다.

와인 전문가 마이클 슈스터(Michael Schuster)가 쓴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에 따르면, 아이스 버킷은 처음 20분 동안 매 2분마다 약 1°C의 온도를 낮춘다. 대략 20-24분 정도면 원하는 온도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스버킷이 없거나 나처럼 아이스 버킷 준비를 귀찮아하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냉장고를 이용해도 된다.

냉동실에 와인을 넣으면 4-5분에 1°C 정도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50분 남짓이면 원하는 온도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러나 깜빡하고 와인을 제때 꺼내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소중한 와인이 꽁꽁 얼어버 린다는 단점이 있으니 주의할 것.

 

냉동실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타이머 를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냉장실을 이용하면 속도는 좀 느리지만 안전하게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냉장실에서 원하는 온도를 얻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시원하게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16°C정도까지 온도를 낮춰보기로 했다.

위에서오픈한 와인을 3°C로 설정된 냉장실에 넣어 5분마다 변화하는 온도를 확인해 봤더니 아래와 같았다.

 

정밀하지 않은 가정용 온도계이고 온도 확인을 위해 5분마다 냉장고 문을 여닫았음을 감안해야 한다.

어쨌거나 대략 1시간 45분 만에 원하는 온도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이번처럼 냉장고 문을 빈번하게 여닫지는 않을 테니 좀 더 빠른 칠링이 가능할 것이다.

대략 15분에 2°C 정도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저녁 식사에 곁들일 와인이라면 4시 반 쯤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된다.

 

반대로 냉장고 에 보관하던 차가운 레드 와인의 온도를 적정 음용 온도로 올리려면 얼마나 걸릴까?

같은 와인을 잘 막아 냉장고에 넣었다가 5시간 후에 꺼냈을 때 와인의 온도는 6.4°C였다. 이후 25°C의 실내에서 5분 단위로 와인의 온도를 쟀는데 35분 만에 원하는 온도(16.4°C)를 얻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냉장 보관하던 레드 와인은 마시기 30분 전에 꺼내면 적당한 온도가 된다는 얘기다.

집안에 보관하던 레드 와인, 온도만 잘 맞춰도 맛이 달라진다. 한여름에 실온에 방치돼 있던 레드 와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냉장고를 이용하면 쉽게 온도를 맞출 수 있으니 적극적인 활용을 권한다.

 

부디, 레드 와인에게도 칠링을 허하라.

 

김윤석 기자

김윤석 와인전문기자는 2010년 객원기자 1기로 와인21에 합류했다. 2008년 WSET Advanced Certificate를 취득했으며, 2013년 서울국제주류 박람회 '한국와인시장리포트 세미나'에서 한국 와인 시장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와인을 둘러싼 사람과 문화, 제도 안에서 와인을 이해하려는 글을 쓴다. 가끔은 맥주, 위스키 등 다른 주류에 한눈을 팔기도 한다. 티스토리에 '개인척한고냥이의 와인 저장고'라는 캐주얼한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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